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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게노 (RE:DREAM)

유기물에서 생명력으로 : 가치에 관한 음향적 사유

Space MA++


작가 한원석을 기술하는 평론들은 그를 종횡무진하며 변화무쌍하다 표현한다. 빛과 그림자, 소리와 침묵, 유물과 쓰레기를 이야기하는 듯 하더니 영원과 불멸, 유한함과 무한함, 물질과 정신이라는 관념들 속에서 예술과 건축이라는 무거운 장르를 가로지른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놀랍게도 ‘가치’에 대한 사유이다.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가 ‘버려짐’ 이라는 언어를 다루는 방식은 우리들과 사뭇 다르다. 그에게 쓰레기는 더 이상 가치와 쓸모가 없는 상태가 아닌 새로운 생명력을 갖기 위한 응축된 가능성 또는 물질이자 재료인 것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보타닉 하우스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파파게노 : Re dream’ 에서는 다양한 수종의 식물들 사이에 형형색색의 종이관 130여개를 설치하여 소리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어주며 이성과 감성의 세계의 조화를 꿈꾸는 존재이다. 유리로 된 온실 천정을 사이에 두고 마치 부유하듯 떠있는 마술피리 에서는 새소리와 피리 소리가 흩뿌려지고 있다. 그가 채집한 자연의 소리들은 철저하게 구조화된 리듬 아래에 놓여있으니 곧 자연의 소리로 이루어진 음악인 셈이다. 30개 채널의 스피커로 구성된 소리가 그려내는 ‘새 소리로 가득한 숲’은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다차원 작업이다. 


그의 소리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폐지로 만든 종이관과 본연의 기능의 온전함과는 무관하게 현대사회의 빠른 기술 발전으로 인해 폐기된 공산품인 스피커를 재료로 2009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소리숲(Sound Forest)과 2011년부터 이어진 화해(Reconciled) 연작을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소리숲’을 두고 그는 ‘소리로 건축하기’ 라고 일컬으며, 눈을 감고 작품을 감상하기를 권한다. 시각이 제거된 환경속에서 7가지 채널에서 뻗어 나오는 소리로 무한한 공간을 구축이 가능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작품 ‘화해’에서는 칠흑 같이 밀폐된 공간에 16,000개의 스피커를 채우고 공간 가운데 설치 된 지관에서만 얕게 흩어지는 소리를 내어 공간과 소리를 통한 명상을 표현하였다. ‘화해’를 통해 수많은 소리들 사이에서 하나의 진실한 소리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그의 모든 소리 작업이 닿아 있는 곳은 우리가 시각에 사로잡혀 망각하고 상실한 청각이 만드는 풍요로운 세계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현대의 이성주의 철학은 시각적 경험을 중시하기에 다른 경험의 세계를 메마르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작가 한원석은 이러한 소외된 감각인 청각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고, 언어가 아닌 소리를 통한 사유로 인간과 환경, 사물과 생물에게 동등한 의미를 부여하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꿈꾸는 존재 ‘파파게노’의 피리를 통해 그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메세지는 ‘가치’라는 주제 너머에 부유하는 내면의 진실과 청각이 그려내는 이상적 세계이며 Re:dream 이라는 부제처럼 새로운 꿈을 꾸는 작가 스스로의 다짐들일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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